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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긴산의 진실 과학

@ 2008/11/24 15:09

1. 숙취해소음료 '컨디션'과 '아스파'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 음료들이 대대적으로 내세웠던 '아스파라긴산 함유음료'라는 카피도.

화학에 발을 살짝 담그다가 본격적으로 헤엄치게 되었을 무렵, 문득 의아해진 적이 있었다. 아미노산 중에 아스파르트산, 아스파라긴이 있네... 아스파라긴산은 대체 뭐지?

2. 문성근이 'MSG가 없습니다'라고 광고하던 그 때. MSG가 뭘까 궁금해하다가 문성근의 약자라느니, 맛소금의 약자라는니 하는 헛소문 끝에 -_- MonoSodium Glutamate 의 약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그런데 쇠고기맛 다시다 뒷면을 보면 주성분은 L-글루타민산나트륨 이라고 써있다. 한참 나중에 명명법을 배우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ate(-산이온)는 -ic acid(-산)의 음이온이니까, Glumate은 Glutamic Acid의 음이온. 번역하면 글루탐산 이온 아니었나? 왜 글루타민산이지?



3. 다들 아시다시피(라고 쓰고 안다고 가정한다 ㄷㄷㄷ), 자연계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단위체가 되는 아미노산은 20가지이다. 생화학을 배우면 첫 3단원 내에 그 스무개의 이름을 외우게 된다. 글라이신 알라닌 발린 류신 세린 트레오닌... 등등. 그 스무가지 중에는 다음 것들도 들어있다.

http://www.bawi.org/x/attach.cgi?atid=144940&type=.jpg

(괄호 안의 세글자/한글자는 아미노산 여러개 붙어있는 폴리펩티드를 표시할 때 이름을 다 풀어쓰면 어지러우므로 줄여 쓸 때 쓰는 기호.)

잠시, 아미노산을 10년만에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 아미노산에서 공통되는 좌우의 아미노기(-NH2)와 산기(-COOH)를 빼고 위쪽 부분을 곁가지(side chain)라고 하는데, 저 곁가지의 종류가 스무 가지. 위의 물질들 중 왼쪽 두 개는 곁가지에 또 산이 들어있어서 이름에 acid가 들어가는 거고, 오른쪽 두개는 같은 골격을 가졌지만 끄트머리가 약간 다른 amide가 돼서 산성을 띠지는 않기 때문에 같은 어간의 끝에 -ine이라는 어미를 붙여줬고.

아무튼 고등학교 화학시간을 떠올려보면, 산(acid)으로 분류되는 물질들은 '-ic acid'라는 영어 이름을 갖고, 그걸 한국말로 '-산'으로 번역한다. acetic acid는 아세트산, oxalic acid는 옥살산, sulfuric acid는 산, nucleic acid는 산.

그래서 위의 아미노산들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각각

Aspartic Acid = 아스파르트산 / Asparagine = 아스파라긴
Glutamic Acid = 글루탐산 / Glutamine = 글루타민

이 된다. 음? 그럼 콩나물에 들어있는 아스파라긴산은 뭐고, 아까 나왔던 글루타민산은 뭐야? 어느게 어느거지? 으아아아! 일단 싸우자! -_-;;



4. 수 년간 당최 해결할 수 없었던 이 오묘한 번역의 근원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었다.
우선 다음 원소들의 이름이 뭔지 잠시 기억을 떠올려보자.

Na / K

자아. Na = 나트륨, K = 칼륨 이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을텐데, 한국에서 그렇게 배우고 영어권 문화를 접하다보면 꼭 겪게되는 당황스러운 점. 왜 나트륨이 아니라 소듐이고 칼륨이 아니라 포타슘이냐. 알고보니 같은 원소를 독일어에서는 Natrium이라고 하고 영어에서는 Sodium이라고 했었다는 것 뿐이다. 다른 나라 말이니 (불편하지만) 다를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우리가 소듐이 아니라 나트륨이라고 쓰는 이유는? 한국에 들어온 과학 용어는 구한말-일제시대에 일본을 거쳐 들어온 일본식 용어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일본의 과학용어는 상당수가 독일계 어휘에 근원을 두거나 그대로 들여오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쓰는 Natrium/Kalium이 영어의 sodium/potassium보다 먼저 정착되어 있던 것.



5. 갑자기 이 얘기가 왜 나왔는지 다시 원래 문제로 돌아가보면,

위의 아미노산들의 이름은 엄밀히 말하면 영어판 이름이다. 그럼 우리가 관용적으로 쓰고 있는 용어들은? 대개의 경우는 영어판과 동일하지만, 사실은 일본어판, 더 파고들면 일본이 가져온 독일어판에서 나온 경우도 많이 있다. 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는 표현이 일본 용어에서 왔다는 얘기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고.

지난주에 벼락치기시험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찾은 페이지 하나. 독일 어딘가의 홈페이지에 있는 아미노산 목록( http://www.chemie.fu-berlin.de/chemistry/bio/amino-acids_en.html )에서 위 물질들의 독일어판 이름을 접했다.

Aspartic Acid = Asparaginsaeure / Asparagine = Asparagin
Glutamic Acid = Glutaminsaeure / Glutamine = Glutamin

자, 이제 뭔가 보이기 시작한다. 독일어 이름을 보면 맨 뒤에 붙어있는 saeure가 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읽지? 아스파라긴-산. 글루타민-산. 옳거니! 일본 용어는 역시 독일어를 번역해 들여온 거였어!



6. 그런데, 이게 끝일까?

구글링을 해보자. 아스파르트산과 아스파라긴산. 아스파라긴산을 검색하면 숙취해소 어쩌고 하는 얘기가 주류. 뭐 과학계에서 사용하는 공식 용어가 뭔지는 둘째치고, 숙취해소 어쩌고 하는 식품첨가물이니까 식약청 홈페이지를 찾아가봤다. 하지만 식약청 홈페이지에도 아스파라긴산에 대한 문의에 'L-아스파르트산으로 지정고시된 식품첨가물'이라는 답변. 자 그렇다면 아스파라긴산이 한국에서 쓰는 공식 용어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왜 '아스파라긴산 함유음료'를 팔기 시작한거지?

가만 생각을 해보니, 기능성 음료들은 일본에 있는 걸 그대로 베껴서 (내지는 제휴해서) 들여온 것임에 분명하다.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 아스파라긴산이라고 쓸테니 제품을 그대로 들여오면서 써있는 성분명도 아무 생각없이 한글로 표기만 바꿔서 그대로 들여왔겠지. 결국은 업자들의 만행에 나만 혼자 헷갈린 셈이다. 싸우자! -_-;;

(글루타민산나트륨 같은 경우는 좀 다른게, 식약청에서 사용하는 첨가물 이름이 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되어있다. 60년대 초에 이미 식품첨가물로 지정이 된 걸 보니, 워낙 오래전부터 쓰던 거라서 일본식 용어가 많이 남아있던 시절에 이미 이름이 정착이 된 것 같음.)



그래서 결론은, L-아스파르트산 함유음료 컨디션.

5년 넘게 묵은 의문 해소!



* 다음 글 예고: 화학조미료/글루타민산나트륨. 인공감미료.
** 언제가 될지는 모름.


@ 2008/11/24 15:09
@ 생각난 김에 옛날옛적 글 하나 풀었습니다.

--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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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onocell 2011/04/30 07:40 # 답글

    Thanks! 나도 궁금하던 거였는데... 독일어->일본어였구나. ㅎㅎ
  • Grelot 2011/06/08 09:46 # 답글

    아항! 그리하여 이리 정착된 거였군요. 굿 좝!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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